주말 아침, 나는 왜 또 수원웨딩박람회로 향했을까
수원웨딩박람회 알차게 즐기는법
어제 늦게까지 넷플릭스를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고, 눈을 뜨니 알람은 이미 두 번이나 울려버린 뒤였다. “아, 또 지각이야…” 중얼거리며 대충 머리를 묶고, 립밤을 주머니에 넣고, 밥은 안 먹고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꽤나 부스스했지만, 이상하게도 설레었다. 이유는 하나, 주말마다 이벤트가 바뀐다는 수원웨딩박람회. 첫눈에 반할 만한 드레스를 찾겠다며, 틈날 때마다 기웃거리는 내 모습이 좀 우습기는 했지만.
솔직히 결혼 날짜도 안 잡혔다. 근데 왜 이렇게 박람회에 끌릴까? 아마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결혼의 일부’라는, 스스로 만든 명분 덕분일 거다. 하하. 누구보다 허술한 초보 예비신부의, 다소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기록을 시작해본다.
내가 느낀 장점, 그리고 활용 꿀팁
1. 부스 투어, 발길 닿는 대로
전에 친구 말을 듣고 ‘부스 동선은 꼭 미리 짜야 해!’라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들어서니 계획은 바람처럼 흩어졌다. 왼쪽에서 드레스가 반짝, 오른쪽에선 웨딩 케이크 시식이 달콤. 결국 첫 10분은 정신없이 빙글빙글 돌았는데, 바로 그때 얻은 깨달음이 있다.
- 즉흥 동선이 나쁘지 않다. 미처 몰랐던 스몰 웨딩 전문업체를 우연히 발견했다.
- 팁: 모바일로 메모장을 켜두고, 괜찮다 싶은 곳마다 번호만 툭툭 적어두면 된다. PPT 같은 정리? 결국 못 하더라.
2. 드레스 피팅, 옷핀 실수의 추억
두 번째 부스에서 드레스를 입어보겠다고 큰소리쳤다가, 옆지퍼를 번번이 놓쳤다. 결국 스태프분이 옷핀으로 임시 고정해주셨는데, 내가 거울 앞에서 한 발짝 돌자마자 핀이 ‘톡’ 하고 떨어졌다. 흑, 순간 얼굴이 화끈. 그래도 그 어색함 덕분에 스태프랑 편하게 말 트고, 추가 할인까지 받았다(이게 다 경험?).
3. 예복 상담, 커피 한 잔의 힘☕
카페 부스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아메리카노를 들고 예복 상담 데스크에 앉았다. 달달한 라떼 대신 쓴 커피를 선택한 건, 정신을 붙잡아두고 싶어서였다. 상담은 꽤 길었지만, 커피 덕에 집중력은 유지. 상대적으로 예복 샘플이 적은 부스였는데, 대신 ‘라이브 테일러링’ 시연을 해줘서 눈이 반짝. 고민하던 핏 문제를 그 자리에서 해결했다.
4. 실시간 경품 이벤트, 손 떨림의 기적
오후 두 시, 메인 무대에서 깜짝 추첨이 시작됐다. 이름이 불리면 10만 원 상당 꽃장식을 준단다. 나는 원래 추첨 운이 없다. 그런데 어라? 진행자가 내 이름을 부르는 거다! 손이 덜덜 떨려서 폰으로 영상을 찍다가, 영상은 흔들리고, 음성은 내 비명으로 가득했지만, 결국 꽃장식 겟. 이런 순간이 또 있을까? 😊
단점? 그래, 분명 존재한다
1. 정보 과부하, 머리가 띵
부스마다 혜택이 다르고, ‘오늘만 드림!’이라는 말이 울려 퍼진다. 초보자인 나는 그 말에 흔들려서 계약서에 사인 직전까지 갔다가, 정신 번쩍. 결국 집에 와서 찬찬히 비교했다. 그러니 즉흥 계약은 금물. 심장이 아닌, 통장을 먼저 생각하자.
2. 인파 & 대기 시간
나처럼 토요일 오전에 몰려드는 예비부부가 얼마나 많은지, 번호표 뽑고도 30분씩 대기. 발이 붓고, 구두 뒤꿈치가 까졌다. 운동화 신고 올 걸… 다음엔 슬리퍼 챙기기로.
3. 남친의 표정 관리 실패
솔직히 말해, 드레스 셀렉 15벌째쯤에 남친 얼굴이 굳었다. 그럴 만도. 대책? 부스 사이사이 마련된 게임 존에서 잠깐 스트레스 풀고 오라고 보냈다. 나? 그 사이에 드레스 세 벌 더 입었지 뭐.
FAQ, 자주 받는 질문에 내 방식대로 답하다
Q1. 주차 어렵나요?
A. 행사장마다 다르지만, 나는 입구 근처 지하 주차장을 찍고 갔다. 오전 11시 전이면 비교적 한산. 늦으면 주변 유료 주차장을 알아두어야 한다.
Q2. 예복·한복·스튜디오 패키지, 현장 계약이 유리한가요?
A. 경우에 따라 달라서 애매하지만, 당일 한정 할인이 꽤 세다. 대신 최소 세 곳 견적을 받아 두고, 본능적인 “헉!” 대신 계산기를 두드리자. 내가 그랬으면 카드값이 덜 무서웠을 텐데.
Q3. 시식은 꼭 해야 하나요?
A. 개인 취향이지만, 나는 빈속으로 다니다가 혈당이 떨어졌다. 햄 샌드위치 한 입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니까 꼭, 최소한 빵이라도 챙겨 먹자.
Q4. 입장료는 무료인가요?
A. 사전 예약하면 무료인 곳이 대부분. 현장 등록은 5,000원 정도 받기도 해서 미리 클릭 한 번으로 아끼자. 그 돈으로 커피 두 잔 사면 좋잖아?
Q5. 정말 결혼이 확정되지 않아도 가도 될까요?
A. 나를 보라. 날짜도, 예산도, 확정된 건 없지만, 덕분에 차근차근 준비가 뭔지 배웠다. 손에 잡히는 건 없어도, 마음엔 윤곽이 생긴다.
마치며, 작은 속삭임
햇살이 슬며시 기울 무렵, 가방 안엔 견적서와 이름 모를 꽃잎 몇 장이 굴러다녔다. 발아파 힐은 손에 들고 맨발로 주차장까지 걸었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은 꽉 찼다. 돌아오는 버스 안,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좀 피곤해 보였지만, 눈빛만은 반짝였다. 결국 결혼 준비라는 건, ‘미리 행복해보는 연습’ 아닐까? 다음 주엔 또 어떤 실수를 할까, 새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