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웨딩박람회 참가 가이드
코엑스 웨딩박람회, 설렘과 발바닥 통증 사이에서 내가 건진 것들
아침 공기가 조금 서늘했던 토요일, 나는 설레면서도 묘하게 긴장된 마음으로 코엑스 방향 9호선 열차에 몸을 실었다. ‘박람회 가면 진짜 혜택 많다더라’는 친구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예비신랑은 회사 워크숍에 보내버린 채, 나 혼자 탐험하는 콘셉트로 말이다. 그런데 말이지,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떠오른 불길한 예감… 체크리스트를 집에 두고 나왔다는 것을 깨닫고는 “아, 또 시작이군” 하고 혼잣말을 했다. 이 작은 실수 하나가 하루 종일 나를 귀찮게 할 줄은, 그땐 몰랐다 😅
그래도 발걸음은 가볍게, 코엑스 몰 특유의 반짝이는 조명 아래로 들어섰다. 커다란 현수막이 “2024 COEX Wedding Fair”라 외치는데, 마치 “어서 와, 카드 한도 털릴 준비됐지?”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그 새침한 유혹을 이겨내겠다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도, 입장 등록대 앞에서 이미 설렘이 목까지 차올랐다.
장점·활용법·꿀팁
1. 한자리에서 만나는 모든 브랜드, 그리고 나의 헤매기
드레스를 고르려면 최소 세 군데는 발품 파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는 20여 개 드레스숍이 한 줄로 쭉 늘어서 있다. 무료 피팅권까지 뿌리고 있길래, 잽싸게 명함 넣고 응모했다. 근데 순서를 제대로 못 보고 엉뚱한 부스에 줄 서 버려서, 스냅 사진 업체 상담을 드레스 상담인 줄 알고 15분을 떠들었지 뭐람. 상대 직원도 내 헷갈림이 재미있었는지 웃으면서 팁을 건네줬다. “시간 부족하면 큰 테마만 골라 다니세요.” 그 말, 새겨들었다.
2. 현장 한정 할인? 놓칠 수 없지!
부페 시식권, 본식 스냅, 사회자 섭외 할인… ‘이거 다 받으면 예산 200만 원 줄겠는걸?’ 싶은 마음이 불타올랐다. 그래서 즉시결제가 필요한 항목엔 일단 가예약만 걸어두고, 결제는 다음 날 오전 11시 마감 시간을 노렸다. 덕분에 밤사이 침착하게 비교 후 결정할 수 있었고, 두 곳은 쿨하게 취소해버리며 수수료도 아꼈다. 혹시 지금 읽는 당신도 무턱대고 결제하려다 카드비 폭탄 맞을까 걱정이라면, 이 방법 어때?
3. 예상 밖의 보석, 뷰티 체험존
웨딩홀·드레스·스냅만 있을 줄 알았는데, 헤어 메이크업 체험존이 있었다. 원래 민낯으로 갈 계획이라 화장품조차 안 들고 갔는데, 스태프가 “피부 톤 맞춰볼까요?”라며 브러시를 들어주니 거울 속 내가 웨딩 화보 속 주인공처럼 보였다. 그 순간, 결혼식이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바로 여기’ 느껴졌고, 괜히 울컥했다. 그 감정, 아직도 선연하다.
단점
1. 발바닥이 먼저 항복한다
박람회장을 한 바퀴 돌고 나니 스마트워치가 8,000보를 찍었다. 스니커즈였지만 발뒤꿈치엔 물집이 잡혔다. 대충 둘러보는 데 두 시간, 꼼꼼히 보면 네 시간? 커플이라면 서로 다리 아프다 투정부리기도 애매해서, 미리 편한 신발 신고 가는 게 무조건 이득이다.
2. 지나친 정보, 과부하의 늪
“드레스 투어는 3군데만, 플래너 상담은 2군데만.” 이렇게 마음먹고 갔는데, 현실에서는 열 군데쯤 명함을 받고 있었다. 호객 아닌 호객에 정신이 혼미해지니, 내 취향이 뭔지도 헷갈렸다. 결국 카페에 앉아 ‘최애 후보만 형광펜으로 표시’하며 리셋해야 했다. 정보는 많을수록 좋지만, ‘소화’가 관건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은 순간.
3. 예약금 유혹, 그리고 소소한 후회
“오늘 계약하면 30만 원 추가 할인!” 이런 문구에 혹해 드레스숍 한 곳 예약금을 넣었다가, 집에 가서 후기 찾아보니 서비스 후기가 영… 다음 날 아침 취소는 했지만, 카드 승인 문자 알림만 봐도 심장이 내려앉았다. 당신도 혹시 나처럼 “혹시 놓치면 어쩌지?”란 불안에 흔들리고 있나? 그럴 때일수록 한 발 물러서야 한다.
FAQ: 내가 묻고 내가 답한 솔직 Q&A
Q. 혼자 가도 괜찮나요?
A. 나는 혼자 갔고, 의외로 장점이 많았다. 누구 눈치도 안 보이고, 마음껏 질문했다. 단, 계약 단계에선 결정권자(예비신랑‧부모님)를 전화 연결이라도 해두면 좋다. 안 그러면 “내가 지금 뭘 저지른 거지?” 하는 공포가 찾아온다.
Q. 정말 할인 폭이 클까요?
A. 부스마다 다르다. 가령 식장 계약은 50만 원 이상 절감도 봤지만, 일부 스냅 업체는 온라인 견적과 큰 차이가 없었다. 혜택인지 허세인지 헷갈릴 땐 현장에서 바로 비교 검색해보라. 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하니까.
Q. 사전 등록 필수인가요?
A. 현장 등록도 가능하지만, 사전 등록하면 기념품 + 대기시간 절약이라는 꿀조합이 따라온다. 나처럼 늦잠 자는 인간도 앱에서 30초면 끝났으니, 미루지 말고 전날 밤에 해두자.
Q. 그래도 가볼만해요?
A. 진심으로 “Yes.” 결혼 준비가 막막할수록 더더욱.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 뭐가 있는지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피곤은 남지만, 방향이 생기는 경험. 그게 이번 박람회 최대 수확이었다.
마지막으로, 혹시 나처럼 첫걸음이라 두렵다면, 코엑스 웨딩박람회 공식 페이지에서 일정과 참가 브랜드를 미리 훑어보면 덜 당황할 것이다. 준비된 자에게 행운이 온다지만, 가끔은 우당탕 깨달음 속에서도 반짝이는 기회가 숨어 있으니까. 오늘도 예비 신부, 예비 신랑, 그리고 아직은 ‘어쩌다보니 혼자’인 나 같은 사람까지, 우리 모두의 선택이 조금은 가벼워지길 바라며… 다음 주엔 예비신랑 끌고 다시 한 번 가볼까, 살짝 고민 중이다.